2019년 4월 19일

모처럼 연차를 썼다. 올해들어 첫 연차이다. 역시 평일날 남들 일할 때 쉬어야 제맛아니겠는가? 때마침 여권도 만기가 되어서 갱신도 하고 나간김에 영화도 한편 보기로 작정했다. 날은 너무 좋았다. 거리에 가로수들은 벌써 녹색이 짙어지고 있고 바람도 한결 따뜻했다. 10대부터 70대까지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의 옷차림에서도 봄이 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여성들의 옷차림은 봄의 전령사 같았다. 봄은 역시 여자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계절같다.

극장으로 향했다. 미리 폰으로 잽싸게 예약을 했다.. 굳이 예약할 필요가 없지만, 할인쿠폰을 써먹기 위해서이다.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오마이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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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극장에 나혼자밖에 없었다!

곧 누군가 들어오겠지..는 개뿔.. 아무도 안들어왔다. 왜 살면서 그런경우 있지 않나? 처음으로 겪은 일이라서 당황했지만 이내 흥분으로 번지는 순간들.. 딱 그 기분이었다.

마치 통째로 극장을 빌린 느낌이 들었다.

와.. 나 혼자만을 위해 영화를 틀어주고 있어! CGV 괜찮겠어? 나 할인쿠폰으로 영화보는거야! 심지어 팝콘도 안샀어! 감당할 수 있는거야?

순간 아무도 없어도 영화는 계속 틀어주는건가? 라는 호기심도 생겼지만, 입다물고 영화에 집중했다. 생각외로 너무 재미있었다. 역시 나의 선택적 안목이란 … 후후

거리는 여전히 환했다. 사람들은 점점 많아졌다. 벤치에 앉아서 오랜만에 석양인지 노을인지 비슷한것도 보았다. 이리저리 천천히 거리를 돌아다녔다. 이렇게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고 걸으면 꼭 누군가가 말을 건다.

실례할께요..얘기좀 나누어요.. 기운이 맑아보이네요.

가라..제발.. 이 봄날에 이러지 말자.

빠른걸음으로 뿌리치면서 걷다보니 알라딘 중고서점이 보인다. 들어가자. 처음으로 들어간 곳인데 꽤 넓고, 쾌적해보였다. 의외로 책 상태도 좋았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드디어 필이 꽃힌 책을 두어권 집어서 계산했다. 계산대 아가씨가 무척 친절하게 해주어서 나도 모르게 회원인데 한번 더 가입하려고 했다! 낯선 여인의 친절함은 남자를 바보로 만드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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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히 가고 싶을때 보면 좋은 책같다. 나는 차를 운전하고 가는 것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막히는 차에서 시간을 멍하게 보내기도 싫고, 주차할 장소를 찾는것도 싫다. 차를 몰고 간다는 것은 그 편리함의 대가로 불규칙적인 자유성을 포기해야 한다. 가다가 마음에 드는 벤치에 앉을 수도 없고, 천천히 걸으면서 커피를 마실 수도 없고, 좁은 골못길에서 예상치 못한 술집을 발견해서 한잔 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가급적 혼자 나가면 차를 몰고 나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나는 걷는 것이 좋다.

정처없이 여기저기 골못길을 기웃대다가 마음에 드는 술집을 발견했다. 1층에서 조그만 테라스가 골목을 바라보는 노가리집 발견! 메뉴를 보니 노가리 1마리에 2천원이라고 한다. 호탕하게 4마리 주문했더니 친절한 아저씨가 일단 2마리 시키고 부족하면 시키라고 한다. 아닌가다를까 나이들어도 역시 남의 말은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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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는 시원하고 영롱하게 고운자태를 뿜었다..너란 녀석 참! 배신을 안해!… 같이 나온 맥주 친구 노가리도 맛있었다. 서비스로 따라나온 감자튀김까지도.. 이로서 새로운 맛집을 발견한 것 같다. 걷지 않으면 결코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난 걷는 것이 좋다.